넋두리 | 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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넋두리 麻中之蓬 不扶自直 이라고 하였다. 삼(대마)밭 사이에 자란 쑥은 그 자람이 삼과 같이 늘씬하게 자란다. 쑥은 자기네들 끼리 있어도 키는 크지 않고 번식력만 강하다. 이 놈은 자생력이 강해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고 잘 자라 생명력이 대단히 강하다. 난 항상 부족함이 많아 늘 이 쑥에다 비교를 잘 한다. 어릴 때 공부할 수 있는 시기를 잃어버리고 퇴직 한 이후 늘그막에, 제철을 만나 무성하게 자라나는 삼밭에 노크를 하였다. 잘 다듬어지지 못한 인성이 삼밭에라도 가면 몸과 마음이 잘 다듬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여 인성을 다듬어 가고 있는 중이다.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. 직장을 다니면서 바쁘게 생활하기를 근 35년, 그리고 퇴직을 하고 겨우 일 년을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또 다른 길을 걷는 남편이 원망스러워 아내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. 실망이 지금은 거의 분노에 가깝다. “열심히 공부 하여 무조건 장학금 타 오소!” 장학금을 탈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하여 설득 하였으나 막무가내이다. 어찌 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돋보기를 추스르며 열심히 공부를 하여 중간고사를 쳤으나 성적은 기대 할 것이 못되어 의기소침하여 지내던 중 체육대회가 닥아 왔다. O. X 문제에 상품권이 있다기에 열심히 맞추어 상품이나 하나 타다가 아내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하였으나 그것도 두 어 문제에 떨어지고, 박 바가지 터지면 영화 상품권이나 얻어 영화라도 한 프로 구경 시켜 주면 마음이 누그러질 라나 하고 박 바가지를 열심히 두드렸으나,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해 종일 비를 맞다 햇빛 을 쪼이다 하여 얼굴만 까맣게 그을려 집에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지내는데, 어린이 날이라고 하여 아이놈들이 모두가 집으로 모였다. 늦게 시작한 아버지의 대학생활이 궁금하고, 중간고사는 어찌 되었으며 성적은 어떤지 궁금하여 자꾸 묻는다. 그도 그럴 것이 입학한 이후에 첫 만남이니 아버지의 대학 생활이 얼마나 궁금한 것이 많겠는가. 이야기를 나누다 컴퓨터 얘기가 나와서 “야들아 난 시험을 치는데 책을 펴 놓고 해도 못했다.” “교수님께서 아무 말씀 없으시디껴?” “야야, 교수님도 내 형편을 다 아시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겠노?” “아이고 그래 가주고 어얬니껴?” “야야! 돋베기 끼고 글자 들여다 볼라네, 컴퓨터 자판기 들여다 볼라네, 뭐 그릴라네, 돋베기 추스를 나네, 그러다 보니 그만 하라고 그러시드라.” 머슴아들은 그냥 듣고 있는데, 딸아이는 얼마나 수다를 떠는지 귀가 솔다. 그러더니 왈 “아부지 성적표 나오면 팩스로 보내소 야?” “아이고 나 죽는다.” 아내는 장학금 타오라고 막무가네이지, 딸아이는 성적표 나오면 팩스로 보내라 하지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학교 다닐 마음이 있겠는가. 그도 그럴 것이 등록금을 얻었으니, 성적표를 보내 주지 않을 수 없고, 보내 주자 하니 치룬 시험 성적이 별로 좋지 못 할 것 같고, 또 보내 주지 않으면 다음 학기 때 등록금을 얻을 수 없을 것 같고, 이것 참 진퇴 실위 낭패로소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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